일상2010. 4. 3. 15:12

  몇 시간 뒤면 애플 아이패드(iPad)가 미국에서 출시된다. 나는 운이 좋게도 매장 픽업 예약 메뉴가 닫히기 하루 전에 예약을 했고, 내일 애플스토어에 가서 구매를 할 예정이다. 생각해보니 전자제품을 발매첫날에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전자제품을 살 땐 항상 많은 리뷰를 읽어 보고, 디스플레이된 매장이 있으면 직접 사용해 보고 오랫동안 고민한 뒤에 샀었는데 이번엔 전혀 망설임이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니까" 이다. 식상한 글이겠지만 아이패드를 지르기 직전인 나의 애플 찬양을 적어 보려 한다.

이유 1. 아이폰은 내게 특권이었다.

  지난 11월 아이폰에 대해 썼던 포스트(http://jongwook.tistory.com/715) 이후 아이폰이 한국에서 발매되었고, 몇 달 동안 한국 사회에 엄청난 문화 충격을 선사했다. 고등학생 개발자가 스타덤에 오르거나, 촛불시위에 아이폰 촛불이 등장하는 등 여러 이슈가 있었고 이제 아이폰은 한국인의 생활 속에 완전히 자리잡았다.
  50만명의 한국 사람들에게 그러했듯,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내게 특권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pdf나 ppt파일을 보거나 웹서핑을 하기에 화면이 조금 작다는 것이었다. 아이패드는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아이폰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유 2. 킨들은 기대이하였다.

  지난 한 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넷북과 PMP 시장 사이에는 아마존의 킨들, 아이리버 스토리를 비롯한 E-Book리더라는 비교적 조용한 시장이 있다. 눈에 피로가 없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여 pdf파일을 읽을 수 있고, 3G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책을 다운받을 수 있고, 간단한 웹서핑도 가능하다.
  얼마 전 킨들을 사용해 볼 기회가 생겼었는데, 그 때 느낌은 한마디로 정말 기대이하였다. 아무리 저전력이래지만 반응속도가 너무 느리고, 웹서핑은 할 게 못되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수 초가 걸리며 화면이 시커매지는 것은 정말이지 안쓰러웠다. 직관적이지 못한 UI에, 터치키보드보다 훨씬 불편한 키보드 버튼들. 눈 안아픈 디스플레이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이폰을 쓰면서 눈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반 휴대폰이나 랩탑과는 달리 주변 조도와 비슷하게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기 때문이다. 


이유 3. 아이패드는 엄청난 개발 플랫폼이다.

  얼마 전부터 아이폰으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주엔 우리 학교 음대에서 주관하는 PAT(Performing Arts Technology) Showcase 공연에 아이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했었고, 참여 팀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아이패드는 아이폰보다 더욱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매력적인 개발 플랫폼이며, 지적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한다.
  학기가 끝나면 다양한 앱 제작에 도전해보고 싶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어암기 프로그램, 메이플이나 매트랩처럼 수학 계산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한글을 지원하는 VT100 터미널 에뮬레이터 등을 구상 중이다.


이유 4. 남들이 말하는 단점도 상관없고, 2세대를 기다릴 이유도 없다.

  아이패드에서 플래시가 동작하지 않지만, 광고를 제외하면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 중 플래시 없이 사용하지 못할 사이트는 없다. USB가 없다지만, USB가 필요할 일이 있을까? 나는 평소에도 CD영역 만들 때를 빼곤 USB를 거의 쓰지 않는다. 다른 컴퓨터로 파일을 옮기기 위해서 그냥 드랍박스에 파일을 넣었던 것처럼 아이패드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Shared Folder 기능이 생겨서 파일관리가 더 편리하다. 똑딱이카메라 정도의 역할은 아이폰이 다 해주고 있고, 스카이프 화상채팅은 랩탑으로 해결하면 되니까 카메라도 나에겐 필요가 없다. 생길지조차 모르는 기능을 위해 기약없이 2세대를 기다릴 이유는 없다.



  이 정도면 잠시 후 지름신을 받아들일 충분한 변명이 되지 않을까?ㅎㅎㅎ




  
Posted by jong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