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0. 1. 29. 15:12

  나는 꽤 컴퓨터에 능숙하다. 말을 안듣는 컴퓨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할 일이 없다는 것은 꽤 편하다. 반대로 늘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아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맥이라는 생소한 시스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이번 학기부터 부트캠프를 이용하여 윈도우를 사용했었다. 며칠 전 문득 PC에서 하던 것처럼 파티션을 하나 더 만들어서 자료들을 저장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스템 파티션과 부트캠프 파티션 사이에 파티션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랬더니 부팅할때 윈도우 파티션을 못 읽어오는 것이었다. 맥에서 부트캠프 파티션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도 이상했지만 참을만했었는데, 윈도우로 부팅조차 할 수 없다니 당황스러웠다.
  역시 난 PC에서 하던 것처럼 Windows 7 설치 DVD를 넣고 시스템 복구 도구들을 사용해 보았다. PC에서는 부팅 파티션이 날아가거나 하는 사소한 이유들 때문에 부팅이 안되는 경우 이 방법으로 대개 해결을 볼 수 있었는데, 웬걸 이놈이 하드디스크만 MBR 파티션 테이블로 전환해버리고 윈도우 부팅조차 복구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저번과는 다르게 MBR인 상태에서도 맥으로 부팅할 수는 있었다. 몇 시간동안의 삽질에 짜증이 난 나는 다음날 Best Buy로 달려가 이 녀석을 사버렸다.


 
  WD My Book 1TB World Edition

  난생 처음 사 보는 TB 단위의 저장장치이다. 테라바이트라는 단위가 있다는 걸 처음 배웠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사용하던 하드가 750MB였던 걸 생각하면 정말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 녀석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NAS(Network-Attached Storage)이다. 보통 외장하드처럼 USB포트로 컴퓨터와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파일서버의 기능을 내장한 네트워크 장비로서 동작한다. 처음엔 50% 가까이 더 비싼 NAS를 살 생각이 없었는데, 이것저것 생각이 들었다.

- NTFS로 포맷하면 맥에서 쓰기가 엄청 난감한데..
- 그렇다고 맥용으로 포맷하면 윈도에서 접근하기도 힘든데..
- 타임머신용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 그럼 500GB는 NTFS로, 500GB는 맥용으로 파티션을 할까?
- 아악 안돼 파티션에 대한 안좋은 추억 때문에 여기 온건데 또 파티션을 하다니!
- NAS를 사면 플랫폼 걱정도 없고 파일공유도 쉽겠네

  그래서 결국 얘를 지르기에 이르렀다. 책상 위에 얌전히 올라가 있는 모습~



  얘를 산 김에 전선 공사도 좀 했다- 바로 왼쪽에 업링크 없이 허브로 쓰고 있는 라우터가 보이는데, 얘가 기가비트를 지원하지 않아서 ㅠ 당장은 10MB/sec 정도로 제한된 속도에 만족해야 한다.




  윈도나 맥에서 별도로 드라이버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맥을 위해 지원하는 AFS 서버를 통해 타임머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USB가 아니라 그런지 한번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어제 밤새 백업을 시켜둔 다음에 640GB짜리 파티션을 만들고 데이터를 완전히 복구할 수 있었다. 
  Parallels 5가 꽤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해주니.. 이제 다시는 맥을 파티션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Posted by jong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