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2005. 2. 22. 21:45

04학번 최지영



골치 아픈 세상. 사는 것 하나하나가 다 머리아픈 세상.
우리는 그 속을 산다.


 나는 철이 빨리 들었다. 개개인의 정서를 보편화시킬 만한 기준이 없는 탓으로 이것의 객관성을 따질 수는 없으나 내가 생각하는 한, 나는 세상을 빨리 알았다. 어떤 노래가사에 나오는 말처럼 세상이 이렇게 보이지 않는 유리벽으로 칸칸이 나누어져 있음을 나는 조금 일찍 알았다. 그래서 가슴이 단단하지도 않던 그 어느 때부터 내 심장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쿵쾅대는 소리를 아무도 들을 수 없도록 심장을 움켜쥐고 살았다.
 세상엔 힘든 일이 많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너무 슬퍼서 꼭 살아야하나 생각도 한다. 그렇게 지치도록 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해는 동쪽에서 뜨고, 시간은 가고, 울던 이는 눈물을 그친다.
 야속한 세상.
 참 많이 아팠었다. 세상을 배우면서 함께 배운 내 외로움이란 아픈 것이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음을,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함을 오래전에 배웠건만, 혼자 아파했었다. 혼자뿐인 듯 했다. 산다는 것이 시꺼먼 세상,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외줄에서 간신히 걸음을 내딛는, 그런 아프고 힘든 것인 줄 알았다. 꼭 살아야되나 생각했다. 이렇게 힘들거, 그만해버리고 싶었다. 아둥바둥 혼자 발버둥치는 게 정말 괴로웠다.
 그러나 꽤 긴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힘들던 일들이 '과거'라는 이름으로 내 기억 속에 묻혀가고 있을 즈음에 알았다. 그런 일들, 그렇게 힘들던 일들도, 아팠던 일들도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냥 스쳐지나가면 아무 것도 아닐 일들이었다는 것. 그렇게 마음쓰며 아플 필요도, 힘들어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연연치 말자. 당장은 힘들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다 괜찮을 것이다. 그러니 울지 말자. 세월이 주는 그 깊은 깨달음을 그제야 알았다. 그렇게 가슴 졸이며 살던 내 기억들을 덮으며 나는 조금 컸다.
 '난 나라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우주의 일부이다.'
일기장에 적어두었던 이 말이 새삼 사금에 와닿는다. 우리는 저마다의 무한한 우주 속에서, 그 우주를 가슴에 품고 산다. 나는, 당신은, 그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일들은 '나'라는 모습의, 또 당신이란 모습의 우주이다. 골치아픈 일들, 힘든 일들은 그 광대한 우주 속을 스쳐가는 짧은 찰나일 뿐이다. 그러니 그런 것으로 마음 쓰며 내 우주를 갉아먹지 말자. 그렇게 작은 일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자. 힘들다고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말자.
 그렇게 처음으로, 내 우주에서 별을 보았다. 여전히 한번씩은 힘들어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만 내 가슴은 조금 단단해져 이제는, 앞으로 한걸음 내딛어볼 용기를 가져본다. 조금만 더 가면,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의 우주에는 눈부신 별이 뜨고, 달이 뜨고, 그리고 해가 뜰 것이다. 함께하는 당신들의 우주에도 해가 뜨기를, 해가 되는 꿈을 꾸며 바란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우주 속을 산다.
어여쁜 세상. 원하는 것이라면 무한히 가능한 그 속을 우리는 산다.
Posted by jong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