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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2 2007년 상반기 결산 - 나의 학과선택 이야기
기억2007. 7. 2. 18:56
학기가 끝나고 계획없이 놀다 보니 7월이 되었다-ㅂ-
2007년은 그럴싸한-_-; 의미를 가진 시작이었다.
작년 겨울 오리온자리를 보며 결심했던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고,
어느 정도는 통했던 것 같다 ㅎ





  올해에 내린 가장 큰 결정, 아마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은 바로 학과선택이다.  전기및전자공학과로 진학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작년까지만해도 수학과 말고는 별로 생각이 없었다. 고등학교때까지도 계속 수학과목 위주로 수강했었고, 전기 및 전자공학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순수수학이라고 할 수 있는 해석학, 대수학과 같은 과목에 입문할 수준이 되자 나는 흥미를 잃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수학에서 느꼈던 재미는 무릎을 치게 하는 논리전개나 그 광대한 시스템의 우아함 정도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다른 학문에 응용될 때의 아름다움'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학 자체가 아니라 수학이 응용되는 무언가를 좋아했던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생각해낸 곳이 바이오시스템학과(현 바이오 및 뇌공학과)였다. 바이오시스템학과는 생물학+전산학+전자공학+기계공학의 융합을 모토로 하여 지난 2002년에 신설된 학과이다. 학과설명회에서는 "모든 분야에 전반적인 배경지식을 가지며 그 중에 특별한 분야에 전문적인 능력을 지니는 T자형 인간"을 만드는 것이 과의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과의 학생들은 자기 전공분야의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렵지만, 바이오시스템학과 학생은 어떤 분야의 사람하고도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학과의 특색을 홍보했다. 여러 분야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나에게는 상당히 흥미롭게 들려왔다. 바이오시스템과 진학을 마음먹기도 했었다.
  주변에서는 바이오시스템학과 진학을 하나같이 반대했다. 학부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힘들기만 하고 이도저도 아닌 혼합물에 불과한데다가 각 분야의 전공자보다는 전문지식이 부족하게 마련이라 진로 역시 인사업무 정도에 그친다는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그 이후로 바이오시스템학과에 대해서 알게 될수록 나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커지게 됐다. 생각보다 생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도 원인이 되었다.

  수학과도 아니고 바시과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이제 남은 고려사항은 전산뿐이었다. 영재교육원 정보분야 조교까지 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전산학 분야의 학습은 학업과 철저히 관계없는 부분이었다. 써클활동이나 학생회 정보부활동 등을 위해 혼자서 꾸준히 무언가를 학습하긴 했지만 그건 취미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을 전공한다는 것은 고등학교 때까진 생각조차 못했었다. 그렇지만 학과고민이 여기까지 이르자 문득 전공을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떨결에 06가을학기 데이터구조에서 1등을 하는 바람에 '이게 나의 천직인건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그렇지만 전산과에 간다는 것은 너무 두려웠고 회의감이 들었다. 현대사회의 필수품인 컴퓨터는 어느 직업을 갖게 되든 쓰게 될 터인데, 나머지 시간에도 컴퓨터광이 되어 컴퓨터만 붙들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비약이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주 168시간 노동하는 IT업계에 종사하며 애가 아빠얼굴도 못알아보게 되는 삶이 그려졌다. '정녕 나는 무슨 과에 가야 하지?' 이것이 2006년 말의 최대의 고민이었다.

  전기 및 전자공학과가 시야에 들어온 것도 그 즈음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분야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간단한 예로, 카트라이더를 하고 있는 나를 전산학에서 심심찮게 이야기하는 Abstraction Level로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1. Human
  2. Keyboard & Speaker
  3. DirectX, TCP/IP, Physics Engine
  4. VGA, Cable Modem, etc.
  5. Digital Abstration
  6. Lumped Circuit Abstration
  7. Physics (Electromagnetics, Quantum Mechanics, etc.)
  8. Mathematics
  9. Nature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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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uter
Science
Electrical
Engineering

Physics
Mathematics



  물리학, 수학, 전산학에는 이미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게 된다면, 위의 목록에서 1~9에 이르는 Layer들이 연결된다. 다시 말해, 이 모든 복잡한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미적분학을 완전히 이해했을 때에 비로소 그것을 이용한 물리이론을 고안할 수 있듯이, 또는 WIN32와 TCP/IP를 완전히 이해했을 때에 한국과학영재학교 웹하드라는 프로그램의 창작이 가능했듯이, 무언가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창조'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것은 수학도 물리학도 전산학도 아닌,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기쁨' 이었던 것이다.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모든 직업은 창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창조의 대상은 다양하다. 박명수에게는 양념치킨이 그 대상일 것이고, 박진영에게는 세계적인 팝스타가, 심형래에게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그 대상이다. 학자들은 그들이 쏟아내는 논문과 그 속에 든 고상한 이론들을 창조하며, 공학자들은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공업에 이바지할 신기술, 신제품 등을 창조한다. 나는 컴퓨터라고 하는 정적인 플랫폼에서 벗어나,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시대 속에서 하고싶은 모든 것을 마음껏 창조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나의 학과선택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나는 "수학적 사고능력과 전산학적 테크닉을 풍부히 갖춘 전자공학도"가 될 것을 다짐하게 되었다. 전공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나는 전자과 전공과목을 수강신청했고, 순조롭게 전공생으로서의 첫 학기를 마무리지었다. 다가오는 미래, 새로운 도약으로 날 이끌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Posted by jong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