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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18 The Orion 2
기억2006. 12. 18. 20:38


중간고사 즈음엔 새벽 서너시가 넘어야 보이던 오리온자리가
요새는 열두시만 되어도 중천에 떠 있네요
겨울철 별자리를 대표하는 오리온,
저에게는 좀더 큰 의미를 갖고 있는것같아요 ㅎ


오리온은 저를 별자리의 세계로 제일 처음 이끌어주었어요
2001년 겨울, <어린왕자의 별자리여행>이라는 책을 사서 무작정 하늘을 봤어요
베텔게우스, 리겔, 벨라트릭스, 사이프와 그 사이에 나란히 서 있는 오리온삼성
공해가 심한 도시의 밤하늘에서도 항상 밝게 빛나는 오리온자리여서 쉽게 사로잡힐수있었죠ㅎ
그다음부턴 계절이 바뀔때마다 쌍안경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서 책에서 본 별들을 찾아보고 하면서
그렇게 밤하늘을 점점 이해하게 되었고,
2차시험 지구과학 1500명중 5등이라는 뜻하지 않은 결과로 KSA에 입학하게 되었더라구요
전 참 운이 좋은것같죠?ㅎ


매년 겨울 밤하늘에 뜨는 오리온을 볼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아, 또 한 해가 다 지나갔구나'

백조자리나 페가수스자리를 볼때는 아직 올해에 할 일이 많이 남았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오리온자리는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라고 말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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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는 돌아온 오리온과 함께 1년동안 이따만큼 성장한 나자신을 보고 대견해했었는데,
올해는 왠지 허무하고 후회스럽기도 해요.

각종 경시대회에서 상들을 차지하고 정석전권을 마무리했던 2002년
초딩에서 벗어난지 반년만에 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하게 됐던 2003년
막내동생으로서 학교에 잘 적응하고 과학이라는 학문에 발을 내딛은 2004년
어리기만했던 막내동생이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로 일할 수 있게 될 만큼 성숙했고
알앤이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과학자의 자질을 갖추고 대장금까지 합격한 2005년

하지만 2006년에는 지금까지 이루어놓은것만 믿고 띵가띵가한게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
2006년의 김종욱은 2005년까지의 김종욱이 만들어놓은 것인데,
2007년이후의 김종욱을 생각하지도 않고 2005년까지의 김종욱만 믿고있었나봐요

대충 전에 공부해놨던것들로 봄학기 마무리하고,
대충 전에 공부해놨던 토플성적으로 영국해외연수를 가장한 유럽관광하고,
대충 전에 합격했던 고등학교때문에 아무걱정없이 한국에서 제일가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대충 전에 고생해서 따놓은 대장금때문에 부담없이 살고있고.
대충 전에 들었던 데이터구조 다시들으면서 중간고사 잘치고 ;;


이제 학생으로서의 짬밥이 생겨버린걸까요 아님 대학생이 되면서 느껴지는 허무함일까요ㅎㅎ
어쩌면 이루어놓은 것은 똑같은데, 바라는 것만 많아져서 안보이는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마음속에서 허탈함을 감출 수 없는건, 있는힘껏 달리지 않았다는 거겠죠?

조금 일찍 깨달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을거에요ㅎ

2007년의 김종욱은 높은 꿈과 희망을 향해 날아오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
Posted by jong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