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1. 2. 26. 09:58

저번 포스트에서 아이패드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끌리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어보았었는데 모토롤라 XOOM의 실물을 만져본 뒤로 구매를 망설이게 되었고 일단 다음주 아이패드2의 발표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1. 전체적으로 불안정하고 크래쉬가 잦다.

디스플레이된 모토롤라 XOOM을 만져보는 10여분동안에도 기본앱들의 크래쉬가 여러 번 발생했다. 안드로이드가 꽤 성숙하여 3.0 버전에 이르렀지만 태블릿에 최적화된 버전으로는 처음이다보니 안정성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되겠지만 베타테스터가 되는 기분은 썩 좋지 않다. 


2. 웹브라우징이 아이패드만큼 부드럽지 않다.

기존 아이패드보다 2배 빠른 프로세서, 4배 많은 메모리를 가지고도 허니콤의 웹브라우징 경험은 꽤 실망스러웠다. 확대/축소 후 화면이 다시 렌더링되기까지 1초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와중에 아래과 같이 특정 사각 영역이 갱신되지 않는 현상이 꽤 자주 일어났다. 아이패드도 그림이 많고 복잡한 사이트일수록 로딩이 느려지긴 하지만, 허니콤은 훨씬 심한 수준이었다.



3. 화면전환이 충분히 부드럽지 못하다.

홈 화면이나 앱 선택 화면에서 좌/우 페이지로 이동할때 충분히 부드럽지 못했다. 물론 꽤 부드러웠지만, 초당 24프레임짜리 영상을 보다가 초당 12프레임짜리 영상을 볼 때의 차이처럼 아이패드보다 확실히 사용감이 떨어졌고, 이 차이는 유튜브나 메일 위젯 같은 것이 로딩되고 있을 때 더욱 두드러졌다. 익숙해지면 참을만한 수준이고 고해상도와 위젯에 대한 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듀얼코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4. 화면 가로/세로(Landscape/Portrait)모드 전환이 아이패드보다 1초 이상 느리다.

아이패드는 화면을 회전하는 즉시 반응하는 반면 XOOM은 화면을 돌리고 1.5~2초가 지나서야 반응했다. 일부러 그런걸 수도 있겠다만 이런 사소한 사용감의 차이가 사람들이 애플을 사용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5. PDF/PPT 파일 등을 브라우저 자체에서 열지 못한다.

학생 신분이라서 PDF나 PPT로 된 발표자료/논문 등을 보는 일이 많은데, 웹상에 있는 PDF, PPT, Word 문서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다운받은 뒤에 Documents to go와 같은 별도의 앱을 이용해서 열어야 한다. 잠깐 확인해야 할 것까지 모두 다운받아야 하는건 상당히 불편하고, 뷰어 앱들도 아이패드에 비해 느렸다.


6. 기존 안드로이드 앱들을 사용하는 것은 힘들었다.

아이패드는 기존 아이폰 전용 앱들을 아이폰만한 화면이나 2배 확대한 화면으로 보여주어서 약간 불편하긴 해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XOOM에서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기존 안드로이드 앱들이 보기싫게 늘어나거나, 화면 구석에 아주 작게 박혀 있거나, 크래쉬되었다. 이것들도 곧 개발자들이 신경을 써주겠지만.. 당장은 부족한 앱들 때문에 고생할 것 같다.



그래서 참 망설여지고 하루에도 몇번씩 맘이 왔다갔다 한다-.- 휴






Posted by jongwook
일상2011. 2. 18. 17:34

아이패드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4월초 나는 아이패드라는 문명의 이기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기 위한 자기합리화를 했었다. 그로부터 몇달 아이패드를 정말 잘 활용했고 상당히 만족하면서 사용했지만 한국에 정발되기 직전 새거 가격을 준다는 친구의 유혹에 끌려 팔아버렸다. 

그로부터 몇 달간 나는 태블릿 금단현상에 시달렸지만 이미 신제품 주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아이패드를 살 동기부여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안드로이드 허니콤 태블릿에 끌리기 시작했다. 1년 전에는 "애플이니까"를 이유로 아이패드를 주저없이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끌리는 이유를 적어보려고 한다. 이번엔 저번보다 더 많다.

물론 난 여전히 애플을 엄청 좋아하고 아이폰과 맥북에어를 매일같이 끼고 산다. 하지만 맘에 안드는건 안든다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1. 위젯을 이용한 홈 화면의 공간활용성이 뛰어나다

홈화면에 그저 아이콘들이 아닌 날씨나 뉴스 위젯 등이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안드로이드 진영이 내세우는 주요 장점이었는데, 화면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 10인치 화면에서 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이패드 홈 화면에는 한 줄에 겨우 5개의 앱이 놓일 수 있는데, 애플도 나름의 디자인 철학이 있겠다만 아이콘 8개를 나란히 놓아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위 화면을 보면 아이패드는 정말 너무한다 싶다. 아이패드에서 새 메일들, 일정, 날씨 등을 확인하려면 화면을 엄청 왔다갔다 해야 하지만 허니콤 태블릿은 걍 홈 화면에 다 떠 있다.


2. 더 높은 해상도와 16:10 화면비율의 큰 스크린

아이패드로 pdf 논문을 읽을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이 해상도였다. 아이폰4에서처럼 해상도가 2배가 되어서 나오길 원했었지만 정황상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애매하게 1280*960 정도로 커질 것 같지도 않다. 16:10 비율의 1280*800 화면은 문서 읽기에도, 인터넷하기에도, 영상을 보기에도 무난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면비율이기도 하다.


3. 크롬 브라우저와 플래시 지원

같은 웹킷 렌더링 엔진을 쓰는 사파리와 크롬이지만 나는 맥의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가 아닌 크롬을 쓴다. 기존 안드로이드와는 다르게 허니콤에서는 데스크탑용 크롬과 비슷한 탭브라우징 환경이 제공된다. 간단한 로그인 때문에 매번 가상 키보드를 두드릴 필요가 없어지도록 비밀번호 저장 기능이 제공되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폰/아이패드에는 그런 거 없다.


잡스형은 웹표준, 배터리 효율과 성능의 문제로 어도비와 플래시를 신랄하게 까며 iOS 제품에 플래시가 들어가는 일이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아이패드를 사기 전엔 나도 동의했지만, 가끔 플래시 때문에 근처의 다른 컴퓨터를 찾아야만 했던 일과 넥서스원에서는 아이유 플짤이 걍 재생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토롤라 Xoom은 2GHz 의 컴퓨팅 파워에 1GB 메모리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2000년대 초반 플래시가 널리 퍼지고 플래시 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의 데스크탑 사양을 웃돈다. 어도비도 최적화를 위해 그간 부단한 노력을 했고, 무엇보다도 배터리 닳고 버벅이는게 싫으면 사용자가 설치를 안하면 되는것이지 왜 기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걸 막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4. 아이폰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알림과 멀티태스킹 기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패드의 알림 기능은 아이폰과 완전히 똑같고, 그래서 똑같이 불편하다. 다른 작업을 하고 있다가 딩동 하고 알림 메세지가 뜨면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여러 알림이 와서 이전 내용을 놓치면 어느 앱에서 알림이 왔는지 화면을 휘저어가며 빨간 표시를 찾아야 한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그간 도착한 알림들을 아래와 같이 한 화면에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허니콤 태블릿은 이 화면을 화면 우하단에서 팝업되도록 해서 전혀 성가시지 않으면서도 편리한 알림 기능을 구현했다.




멀티태스킹 기능도 마찬가지이다. 큰 화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화면 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건 아이폰과 똑같이 홈 버튼을 두번 누르면 나오는 아이콘을 고르는 일. 마지막 화면의 스크린샷을 보고 고르는 것은 탈옥을 해야만 가능하다. 최근 제스쳐를 이용해서 화면전환을 하는 기능을 테스트한 적은 있다만 그냥 스크린샷 좀 보게 해주면 안되려나?


5. 안드로이드의 성능 자체도 꽤 좋아졌다.

아이패드가 나올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2.1이 최신버전이었고, 아이폰보다 좋은 사양의 하드웨어를 갖춘 스마트폰들도 반응성은 훨씬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곧 2.2 프로요 버전이 나오면서 비약적인 성능향상이 이루어졌고, 최근 넥서스S와 함께 발표한 2.3 진저브레드는 사용감이나 반응성이 아이폰 수준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 태블릿들에는 안드로이드 3.0 허니컴 버전이 탑재되며, 여러 비디오들을 봐도 이제는 안드로이드의 자체의 성능이 애플을 따라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6. 애플만의 묻지마 동기화 개념은 태블릿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기존 mp3를 써오던 사람이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사용하게 되고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아이튠즈를 통한 동기화의 개념일 것이다. 음악 파일 추가는 무조건 아이튠즈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아이팟 전체의 백업이 컴퓨터에 보관되어 있어야 해서 다른 컴퓨터에서 음악을 하나 추가하려고하면 전부다 지우고 넣는 수밖에 없다. 

이정도야 뭐 그러려니 하고 적응하면 참을만 하고 파일관리에 신경 끌 수도 있어서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블릿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랩탑을 대체할만 한 제품인데도 동영상 하나 추가하는 데에 싱크까지 신경써야 하고, 16~64GB나 되는 용량을 놔두고 USB 대용으로 쓰기도 간단하지 않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7. 유일하게 출시일이 가시권 안에 있다.

아이패드2도 삼성 갤럭시탭 10.1인치도 매력적인 기기가 될 것임엔 틀림없지만 학업, 취미, 연구 등 나의 모든 생활이 너무나도 태블릿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Motorola Xoom 만이 유일하게 발표일이 다음 주 목요일로 정해져 있고, 다른 제품들은 적어도 2~3개월 늦게 나올 분위기이다. 그 동안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소비할 시간이나 받게 될 스트레스를 생각해서 그냥 사게 될 것 같다.





Posted by jongwook